건강

AI가 모기까지 판별하는 시대, 말라리아 감시도 빨라진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더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방역 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모기를 포집해 감시하는 기존 방식과 함께 AI 기반 자동감시장비를 운영하며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같은 감염병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에는 땅에서 약 10m 높이에 설치된 고공 포집기가 운영되고 있다. 이 장비는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모기를 잡아 외부에서 유입될 수 있는 감염병 매개체를 확인하기 위한 장비다. 포집되는 모기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인접 지역이나 국가에서 기류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매개체를 감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기 감시장비다. 이 장비는 이산화탄소로 모기를 유인한 뒤 내부로 들어온 모기를 촬영하고, 인공지능이 즉시 종을 판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모기 수를 세고 종류를 구분하는 데 7일에서 14일 정도가 걸렸지만, AI 장비를 활용하면 24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얼룩날개모기, 빨간집모기, 작은빨간집모기, 흰줄숲모기 등 감염병을 옮길 수 있는 모기 1만1천923개체의 이미지를 학습했다. 분류 정확도는 95%를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모기들이 서로 겹쳐 찍힌 경우에도 각각을 구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방역에서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은 특정 기준에 도달하면 경보를 발령해야 하는데, 감시 결과가 늦게 나오면 대응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AI 장비를 활용하면 어젯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바로 다음 날 경보 판단에 활용할 수 있어, 지역 맞춤형 대응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때 말라리아 퇴치 국가가 됐지만, 1993년 이후 말라리아가 다시 나타났고 현재도 매년 수백 명 수준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모기 활동이 활발한 5월부터 10월 사이에 환자가 집중되며, 경기와 인천, 서울, 강원 등 수도권과 접경 지역에서 발생 비중이 높다. 감염 시 발열, 오한, 발한 같은 증상이 나타나 감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복적인 증상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식은 방역 분야에서 AI가 꽤 실용적인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거창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시간을 줄이고 판단을 빠르게 해주느냐다. 모기 한 마리를 정확히 구분하는 일이 결국 감염병 경보와 방역 대응으로 이어진다면, 이런 기술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장비 도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별 포집망 확대, 데이터 품질 관리, 현장 인력의 대응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AI가 빠르게 판별하더라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방역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행정 시스템의 몫이다.

질병관리청은 2030년까지 말라리아 재퇴치를 목표로 감시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후 변화와 이동 증가로 감염병 위험이 더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AI 기반 감시는 앞으로 방역의 중요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