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무인 아이스크림점 믿고 샀는데”…서울시, 결국 전수조사 나선 이유

서울시가 급증하고 있는 무인 식품 판매점에 대해 처음으로 대규모 전수조사에 나섰다. 학교 주변과 주택가 곳곳에서 빠르게 늘어난 무인 아이스크림점과 무인 편의점 등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본격적인 관리 체계 구축에 들어간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시내 식품 판매 무인점포 1147곳을 대상으로 첫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한 업소 등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단순 위생 점검 차원을 넘어, 최근 급속히 확산된 ‘무인점포 경제’에 대한 제도적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동네마다 생긴 무인점포…왜 갑자기 늘었나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서는 무인 아이스크림점과 무인 과자점, 무인 편의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초기에는 저렴한 임대료와 인건비 절감 효과 덕분에 창업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특히 아이스크림 할인점 형태의 무인매장은 비교적 적은 초기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해 자영업 시장에서 급속히 늘어났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전체 1147곳 가운데 무인 아이스크림점이 952곳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무인 편의점 71곳, 무인 문구점 53곳 순이었다.

최근에는 단순 과자·아이스크림 판매를 넘어 빵과 떡, 음료까지 취급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고, 심지어 무인세탁소나 다른 업종 공간 안에서 식품을 함께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누가 관리하는지 몰랐다”…행정 사각지대 문제

문제는 상당수 무인점포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 무인 아이스크림점 등은 대부분 ‘자유업’ 형태로 운영된다. 즉 일반 음식점처럼 엄격한 허가 절차나 상시 관리 체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때문에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정확한 점포 수나 운영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특성상 위생 문제나 소비기한 관리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학부모 카페 등에서는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봤다”, “냉동 상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아이들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대규모 실태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주변 넘어 주택가까지…서울시 관리 확대

그동안 학교 반경 200m 이내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에서는 학부모식품안전지킴이 등을 통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보호구역 밖 무인점포는 사실상 체계적인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학교 주변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 무인점포까지 포함하는 상시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치구 소비자 식품위생감시원과 보건소 등이 신규 무인점포를 직접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사실상 무인 식품점포에 대한 첫 본격 관리 체계 구축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소비기한 지난 식품 판매…10곳 적발

실제 조사 과정에서는 위생법 위반 사례도 확인됐다.

서울시는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거나 진열·보관한 업소 등 총 10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할 경우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30만원, 2차 60만원, 3차 9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는 적발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6개월 이내 재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무인점포 특성상 관리자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과 냉장·냉동 상태 점검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무인 시스템은 편리하지만 결국 마지막 책임은 운영자에게 있다”며 “식품은 안전 문제가 직결되기 때문에 일반 소매업보다 훨씬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리자 연락처 의무화 검토”…제도 강화 움직임

서울시는 단순 단속을 넘어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관리책임자 연락처 게시 의무화와 반복 위반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 등을 관계 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무인점포는 문제가 발생해도 연락 가능한 운영자 정보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어린이 이용 비중이 높은 무인 아이스크림점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 체계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시는 앞으로 영업자 대상 위생 수칙 매뉴얼과 자율점검표도 배포할 예정이다.

이는 단속 중심보다 운영자 스스로 위생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무인점포 시대의 그림자…“편리함 뒤 책임 공백”

최근 무인점포는 단순 소매업을 넘어 한국 자영업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인건비 부담, 비대면 소비 확산이 맞물리면서 무인 시스템은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 속도에 비해 제도 정비는 상대적으로 늦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식품 판매 분야에서는 위생과 안전 문제가 직접 소비자 건강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반 무인 매장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무인 리테일 시장이 커지면서 AI 기반 재고 관리와 온도 감시 시스템, 원격 위생 모니터링 등이 함께 발전하는 추세다.

국내 역시 단순 무인화 확대를 넘어 안전관리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인점포도 결국 사람이 책임져야”

서울시는 앞으로 신규 무인점포까지 지속적으로 발굴해 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창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아이들을 포함한 시민 먹거리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무인점포 이용자는 어린 학생과 청소년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방과 후 간식 구매 수요가 많은 학교 주변에서는 아이스크림 무인매장이 이미 일상적인 소비 공간이 됐다.

결국 이번 조사는 단순 위생 단속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빠르게 커지는 무인 경제 속에서 ‘편리함’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과 책임 체계라는 점을 행정당국이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무인점포 산업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기준 역시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