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징역 8년 다시 뒤집혔다”…‘SG증권발 폭락 사태’ 라덕연, 대법원 판단 나온 이유

2023년 국내 증시를 뒤흔든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호안투자자문 대표 라덕연 씨가 다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2심 판단 일부를 뒤집으면서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주가조작 사건의 형량 문제를 넘어, 최근 금융시장에서 급증한 CFD(차액결제거래)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 행위를 어디까지 불법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금융권과 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대법원 3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덕연 씨 사건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원, 추징금 181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핵심 쟁점은 CFD 거래를 활용한 주문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하느냐 여부였다.

한국 증시 흔든 ‘SG발 폭락 사태’…무슨 일이었나

이 사건은 지난 2023년 4월 국내 증시를 사실상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던 대표적인 주가조작 사건이다.

당시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다우데이타와 삼천리, 서울가스 등 8개 종목 주가가 연쇄 폭락했다.

일부 종목은 며칠 사이 시가총액이 수조 원씩 증발했고, 개인투자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시장에서는 “왜 갑자기 우량주들이 동시에 무너졌느냐”는 충격이 컸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장기간 조직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무너진 정황이 드러나며 국내 최대 규모 시세조종 사건으로 번졌다.

검찰은 라씨 일당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특정 종목들의 매수·매도가를 미리 짜놓고 서로 사고파는 ‘통정매매’ 방식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챙긴 부당이익 규모만 7377억원에 달했다.

적발된 국내 주가조작 사건 가운데 사실상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CFD가 뭐길래…이번 판결 핵심 된 이유

이번 대법원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CFD(차액결제거래)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 차익만 정산하는 파생상품 구조다. 적은 증거금으로 큰 투자 규모를 만들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투자자 이름이 외부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구조와 높은 레버리지 특성 때문에 과거부터 시장 교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SG 사태 당시에도 CFD 계좌가 대규모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며 금융당국 충격이 컸다.

2심 재판부는 CFD를 장외파생상품으로 판단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규정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자본시장법은 기본적으로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 매매에 대한 시세조종을 금지하고 있는데, CFD는 장외 상품이라는 논리였다.

이 때문에 2심에서는 1심보다 유죄 인정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법원 “CFD라도 실제 주식시장 교란이면 불법”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CFD 자체가 장외파생상품이라 하더라도, 그 주문이 실제 증권사 등을 거쳐 상장주식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하면 “형식상 장외상품이라고 해서 실제 주식시장 조작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금융시장 불공정 거래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고위험 파생상품과 알고리즘 거래, 레버리지 투자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기존 법 체계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실상 CFD를 이용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보다 강한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심 징역 25년 → 2심 징역 8년…형량 크게 줄었던 이유

라씨는 1심에서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시세조종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고, 벌금 1465억원과 추징금 1945억원도 함께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2심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CFD 관련 상당 부분을 시세조종 범위에서 제외하면서 유죄 인정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결과적으로 형량도 징역 8년으로 크게 줄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바로 이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고법에서 다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는 형량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사실상 핵심 법리 판단을 명확히 제시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도 시세조종 인정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만 피해”…한국 증시 신뢰 흔든 사건

SG 사태가 특히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일반 개인투자자 피해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폭락 종목 상당수는 평소 안정적인 우량주 이미지가 강했던 종목들이다. 갑작스러운 폭락으로 신용거래 투자자와 개인주주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오랫동안 가격을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 심리를 크게 흔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사건 이후 금융당국은 CFD 규제 강화에 나섰고,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관리 기준도 대폭 강화됐다.

일부 증권사는 CFD 서비스 자체를 축소하거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주가조작 논란…시장 감시 체계 숙제

이번 사건은 국내 증시의 구조적 문제도 다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종목에 거래가 집중되고 유동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조직적 시세조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SNS와 투자 리딩방, 차명계좌, 고위험 파생상품이 결합되면서 과거보다 시장교란 방식도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단순 적발보다 사전 감시 시스템 강화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과 실시간 계좌 연계 분석 등 기술적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CFD 규제 강화 신호탄 되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단이 향후 CFD 시장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CFD는 전문투자자 중심 상품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SG 사태 이후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사실상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번 판결로 CFD를 활용한 시세조종에 대한 법적 책임 범위가 보다 명확해지면서, 향후 제도 강화 움직임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번의 주가 폭락이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한 구조와 고위험 투자 문화, 그리고 불공정 거래 감시 체계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사례로 남고 있다.

앞으로 남은 재판 결과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후속 제도 정비까지 시장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