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가 국방 AI 만든다”…NC AI, 현대로템과 미래 전장 로봇 개발 나선 이유
게임회사로 알려진 엔씨소프트 계열 NC AI가 미래 국방 기술 개발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이 아니라, 실제 전장 환경에서 움직이는 AI 로봇의 ‘두뇌’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NC AI는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시스템’ 국책 연구개발 과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미래 전장에서 사람 없이 움직이는 무인 로봇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여러 종류의 로봇을 동시에 통제하고, 실제 전장과 가상훈련 환경 간 차이를 최소화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시스템 구축이 핵심 목표다.
쉽게 말해 가상공간에서 충분히 학습한 AI 로봇이 실제 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방산 업계에서는 AI와 로봇 기술 경쟁이 급격히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과 무인 전투체계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미국·중국·이스라엘 등 주요 국가들은 AI 기반 전장 자동화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한국 역시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과제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건 NC AI의 역할이다.
NC AI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로봇 AI의 핵심 기술인 ‘월드모델(World Model)’ 개발을 주도한다. 월드모델은 로봇이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환경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로봇이 가상공간에서는 잘 움직이더라도 실제 야지나 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마찰, 충격, 장애물 때문에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업계에서는 ‘시뮬레이션-현실 격차(Sim-to-Real Gap)’ 문제라고 부른다.
NC AI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대규모 3D 가상세계 제작 기술과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해 복잡한 국방 지형과 다양한 전장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왜 게임회사가 국방 AI를 하느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사실 게임 산업과 로봇 AI는 의외로 기술적 공통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 엔진은 원래 현실 세계 물리 법칙과 공간 움직임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생성형 AI와 시뮬레이션 기술이 결합되면 실제 로봇 학습용 가상환경 구축에도 활용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게임 기술과 로봇 AI를 적극 연결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AI 로봇 학습을 위해 디지털 트윈과 가상환경 시뮬레이션 기술에 집중 투자 중이다.
NC AI는 지난 3월 자체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도 공개했다.
기존 글로벌 빅테크의 월드모델이 대규모 영상을 먼저 생성한 뒤 이를 다시 분석하는 구조였다면, NC AI는 ‘잠재공간(latent space)’ 단계에서 바로 로봇 행동을 도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테스트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로봇 AI 모델 ‘코스모스(Cosmos)’와 비교해 로봇 팔 정밀 조작 등 일부 핵심 분야에서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국책과제가 NC AI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게임업계는 성장 둔화와 신작 흥행 불확실성으로 새로운 먹거리 확보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등장 이후 게임사들이 단순 콘텐츠 기업을 넘어 AI 기술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최근 AI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단순 게임용 AI를 넘어 로봇, 디지털휴먼, 산업형 AI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방산업계 역시 AI 기업과의 협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방산이 하드웨어 중심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AI 알고리즘 경쟁력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전장에서는 단순 무기 성능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AI 무기체계 확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자율무기와 AI 기반 전투 시스템은 윤리 문제와 통제 가능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사회에서는 ‘킬러 로봇’ 규제 논의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각국이 AI 국방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는 이유는 미래 전쟁 양상이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 우위를 선점하는 국가가 안보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국책 과제를 넘어 한국 AI 산업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게임·로봇·국방 기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앞으로 AI 기술 경쟁은 산업 간 융합 속에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