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중대재해 리스크”…현대건설, 전국 121개 현장 특별관리 돌입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건설업계의 안전관리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낙하물이나 추락사고 같은 물리적 위험이 현장 안전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폭염 자체가 근로자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이 전국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대규모 온열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여름철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건설은 2일 전국 121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혹서기 특별점검 및 온열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여름철 폭염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현장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폭염 대응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 여름철 평균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극한 폭염 일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건설현장은 대부분 야외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폭염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제 폭염을 단순 불편함이 아닌 산업재해 위험 요소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매년 여름이면 열사병과 열탈진, 탈수 증상 등 온열질환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심할 경우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어 정부 역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기존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한 단계 확대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3GO 프로그램’을 ‘3GO! 2GO ZERO!’ 프로그램으로 개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시고(수분 보충) △가리고(그늘 확보) △식히고(충분한 휴식)에 더해 △입고(보냉 장구 착용) △신고(119 응급 신고)까지 포함했다. 정부가 권고하는 온열질환 예방 5대 기본수칙을 현장 운영 체계에 반영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스마트 안전기술 활용이다.
현대건설은 집중 관리가 필요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체열 감지 웨어러블 장비를 활용해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도 운영한다.
웨어러블 장비는 근로자의 체온 변화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어, 폭염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현장에도 AI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안전관리 분야를 미래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고 예방 능력이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영향도 크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는 안전 투자가 곧 기업 가치와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공사 중단과 이미지 훼손, 법적 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폭염에 취약한 근로자를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고려제약과 협력해 전해질 보충제를 제공하고, 옥외 작업 근로자 전원에게 선풍기 조끼를 지급할 계획이다. 최근 현장에서는 냉각 기능이 포함된 작업복과 개인용 냉방 장비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대응책도 마련됐다.
현대건설은 22개 언어로 제작한 ‘119 신고요령 영상’을 전 현장에 배포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응급상황 발생 시 언어 장벽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앞으로 건설현장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부 역시 폭염을 산업재해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권고 수준이 아니라 실제 현장 점검과 감독도 확대되는 추세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대응이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 여름 역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되면서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단이나 생산성 저하 문제도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영 변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건설현장 안전의 개념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안전이 시설물과 장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작업 환경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과 한파, 미세먼지 등 기후 리스크 대응 능력 역시 중요한 안전관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현대건설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여름철 캠페인을 넘어, 기후변화 시대 건설업계가 어떻게 안전 기준을 바꿔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공사 품질과 공정 관리만큼이나 근로자 건강 보호 능력이 건설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