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농업 동맹’ 강화…한국·중국 연변대, 식량안보 공동 대응 나선다
기후변화가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을 위협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농업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식량안보 대응에 나선다.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농촌진흥청은 중국 연변대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농업기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환경 변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연구기관이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고위도 지역 작물 재배 기술과 미래 농업기술 연구를 위한 현지 실증 거점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기후변화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면서 주요 농작물 생산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은 식량안보를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식량 수입을 통해 부족분을 충당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국제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식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 연구기관들도 단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기후 적응형 농업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농진청과 연변대학교가 협력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중국 동북지역에 위치한 연변은 한국보다 위도가 높고 기후 조건이 다르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로 농업 환경이 변화할 경우 한국 농업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고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연구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위도 지역 작물 재배 연구는 최근 농업계에서 주목받는 분야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농작물 재배 가능 지역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재배가 어려웠던 작물이 새로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양 기관은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작물 재배기술 △축산 사양관리 △디지털 농업 △병해충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농업은 더 이상 전통 산업으로만 분류되지 않는다.
AI와 빅데이터, 드론, 위성 관측 기술이 접목되면서 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농업은 농업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분야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협약을 통해 연변대학교 농학원 내에 ‘농업과학기술 협력연구실’을 설치한다.
이 연구실은 단순한 연구 공간이 아니라 한국 연구진이 현지에서 직접 실증 연구를 수행하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연구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동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지 실증 연구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험실 연구만으로는 실제 농업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후와 토양, 병해충 발생 양상 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보다 현실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병해충 관리 분야도 중요한 협력 과제로 꼽힌다.
최근 기온 상승으로 병해충 활동 범위가 확대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병해충이 새롭게 등장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병성 품종 개발과 병해충 예측 기술 확보가 농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농진청은 이번 협력을 통해 내재해성·내병성 품종 개발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농업 경쟁력이 단순 생산량보다 기후 적응 능력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농업 연구는 생산성 향상 중심에서 기후 회복력(Resilience) 강화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폭염과 가뭄, 병해충에 강한 품종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 역시 식량 자급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 기술 확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쌀 중심 농업 구조를 넘어 다양한 작물과 스마트농업 기술을 활용한 미래 농업 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국제 학술 교류를 넘어 동북아 식량안보 협력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기후위기가 농업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시대에, 국가 간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이 미래 식량 확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