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이오도 노조 시대 열리나…삼성바이오·셀트리온 노사 갈등에 업계 긴장

국내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셀트리온에서도 첫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노사 갈등이 적었던 바이오업계가 본격적인 ‘노조 시대’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노조 간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가운데, 생산공정 특성상 파업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업계 전체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5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소송 항고심 첫 심문이 열린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노사 갈등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특성상 파업이 발생했을 때 어느 범위까지 작업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일반 제조업과 성격이 다르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생산라인을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수준이 아니라, 배양 중인 세포와 원료가 일정 시간 이상 관리되지 않으면 제품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도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파업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중인 원료와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노동조합법 역시 파업 중에도 예외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작업을 인정하고 있다.

시설 파손 방지나 원료·제품의 변질 및 부패를 막기 위한 ‘보안작업’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바이오 생산공정 전체를 보안작업으로 볼 수 있느냐다.

1심 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였다.

법원은 생산공정 전체를 보안작업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제품 변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산 과정 전체를 예외적으로 유지해야 할 작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항고심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관련 판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반도체 생산이 24시간 연속 공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설비와 제조, 공정 관리 업무를 파업 중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바이오 생산 역시 연속 공정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내 바이오업계 노사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셀트리온에서도 첫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한 상황이어서 업계 전체가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산업은 고성장 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사 갈등이 적은 분야로 분류됐다.

기업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임금 수준도 제조업 평균보다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산업 규모가 커지고 직원 수가 증가하면서 조직 문화와 보상 체계에 대한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 역시 노사 갈등과 노동권 문제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 성장으로 바이오 공장이 대형화되면서 제조업적 성격도 강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바이오 기업들도 전통 제조업처럼 체계적인 노사관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공정 안정성이 가장 큰 고민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기간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이르기도 한다. 배양 과정 중 문제가 발생하면 수십억~수백억원 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을 맺고 생산하는 CDMO 사업은 납기와 품질 신뢰가 핵심 경쟁력이다.

파업으로 인해 생산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경우 해외 고객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재판을 중요한 선례로 보고 있다.

향후 바이오 공정이 법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필수 유지 업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노사 협상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바이오산업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평가한다.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노동 문제 역시 중요한 경영 과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항고심 결과는 국내 바이오업계 노사관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바이오 생산기지로 성장한 한국이 앞으로 생산 경쟁력과 노동권 보장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풀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