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서 작성부터 자금 예측까지”…은행권 덮친 AI 혁명, 직원 업무도 바뀐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금융권의 업무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고객 상담과 상품 추천에 머물렀던 AI 활용 범위가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지원 등 조직 운영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제주은행은 10일 전사 차원의 AX(AI Transformation)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서 작성과 데이터 조회,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고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금융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본부 부서를 대상으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업무 처리 시간 단축과 정확도 향상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제시한 목표는 단순한 업무 보조 수준을 넘어선다. 향후 주요 업무의 최대 30%까지 자동화를 추진해 직원들이 반복 업무 대신 고객 상담과 영업, 심사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고객 서비스 넘어 내부 업무 혁신으로

금융권의 AI 도입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진화했다. 초기에는 챗봇 상담이나 상품 추천, 고객 문의 응대 등 소비자가 직접 접하는 서비스 중심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내부 업무 혁신이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보고서 작성, 회의 자료 정리, 시장 분석, 데이터 조회 같은 반복 업무는 AI가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실제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해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요약하거나 리스크 분석 자료를 자동 작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AI를 단순한 고객 서비스 도구가 아닌 생산성 향상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직원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늘어나고, 업무 정확성 역시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효율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 자금 흐름 예측하는 ‘AI CFO’ 등장

이번 전략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기업 고객을 위한 AI 기반 금융 서비스다.

제주은행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자금 흐름과 자금 수요를 예측하는 이른바 ‘AI CFO’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 담당자 역할의 일부를 AI가 수행하는 셈이다.

AI가 매출과 비용, 거래 패턴, 계절성 요인 등을 분석해 향후 자금 부족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금융 상품이나 자금 조달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던 단순 분석을 넘어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전문 재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에게 AI 기반 재무 분석 서비스는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경영 의사결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AI 경쟁, 이제는 생산성 전쟁

은행권에서는 이미 AI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만 최근 경쟁의 초점은 고객 확보보다 생산성 향상에 맞춰지는 분위기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비대면 금융 확산 등으로 수익성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은행들은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AI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금융권 업무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점차 AI가 담당하고, 직원들은 고객 맞춤형 상담이나 복합 금융 솔루션 제공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AI 판단의 신뢰성 확보 같은 과제도 남아 있다. 금융업은 신뢰가 핵심인 산업인 만큼 AI 활용 확대와 함께 관리 체계 구축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AI가 만드는 은행의 미래

생성형 AI는 더 이상 금융권의 실험적 기술이 아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AI를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조직 운영과 기업 금융 영역까지 확대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금융 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활용 수준이 은행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얼마나 효과적으로 업무에 접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금융권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