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대신 챗GPT”…AI가 바꾸는 정보 권력, 기업들은 왜 생성형 AI에 몰릴까
인터넷 시대의 승자는 언제나 ‘검색’을 지배한 기업이었다. 사용자가 무엇을 찾고 어떤 정보를 접하느냐를 결정하는 플랫폼이 곧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야후에서 구글로, 다음에서 네이버로, 다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로 이동했던 정보 소비의 중심축이 이제 또 한 번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검색창이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정보를 찾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략도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네이버와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챗GPT와 같은 AI가 어떤 정보를 추천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색 패권의 역사, 그리고 AI의 등장
인터넷 산업의 역사는 사실상 검색 패권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인터넷 초창기에는 야후가 정보의 관문 역할을 했다. 이후 검색 기술을 앞세운 구글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국내에서는 다음과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정보 탐색 습관을 바꿔놓았다.
이후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텍스트 중심의 검색에서 영상 중심의 검색으로 이동하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 플랫폼이 새로운 정보 창구로 떠올랐다.
실제로 젊은 세대일수록 맛집이나 여행지, 제품 정보를 찾을 때 검색 포털보다 유튜브나 SNS를 먼저 찾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 공식마저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검색 결과를 일일이 비교하는 대신 AI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소비자는 왜 챗GPT를 신뢰하기 시작했나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이 예상했던 AI 활용 방식과 실제 소비자들의 사용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기업들은 AI를 고객센터나 상담 업무 자동화 수단으로 바라봤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많은 이용자들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만을 제기할 때 AI 상담원을 선호하지 않았다. 대신 AI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인 분야는 ‘정보 탐색’이었다.
온라인에는 광고와 협찬, 바이럴 마케팅이 뒤섞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정보가 실제 경험에 기반한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반면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 정보를 정리하고 비교해 준다. 이용자는 여러 페이지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하나의 질문으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크림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할 때 검색 포털보다 챗GPT를 먼저 찾는 현상도 이러한 변화의 단면으로 평가된다.
기업들도 ‘AI 검색 시대’ 대응 나서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 행동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엔진 최적화(SEO)와 SNS 마케팅이 핵심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AI 플랫폼 안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노출되고 추천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롯데칠성, 신세계, 이마트 등 주요 기업들은 생성형 AI와 연계한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별도의 쇼핑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AI 대화창 안에서 상품을 추천받고 정보를 얻으며 구매 결정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고객 접점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에 가깝다.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새로운 검색 포털이자 새로운 유통 채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바꾸는 마케팅의 미래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확산이 디지털 마케팅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검색 시장에서는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거나 검색 노출을 최적화한 기업이 유리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단순 노출보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브랜드 평판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AI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실제 사용자 평가와 시장 반응, 객관적 데이터를 종합해 답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은 검색 순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와 브랜드 경험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된다.
검색의 종말이 아닌 진화
물론 검색엔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보를 찾는 출발점이 점차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인터넷 시대가 검색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의 디지털 시장은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야후가 구글에 밀리고, 구글이 SNS와 경쟁했던 것처럼 이제는 AI가 새로운 정보 관문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준비에 나섰고, 소비자들의 검색 습관 역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결국 미래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정보를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AI를 통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제공하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