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담보물이 아니다”…MBK, 메리츠에 회생자금 지원 촉구
“홈플러스는 담보물이 아니다”…MBK, 메리츠에 회생자금 지원 촉구한 이유
홈플러스의 운명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주요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을 향해 회생 지원에 동참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MBK는 홈플러스가 단순한 담보 자산이 아닌 수만 명의 생계가 걸린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회생 절차 과정에서 필요한 DIP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채권자와 대주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전형적인 기업 구조조정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MBK “홈플러스 살릴 수 있는데 청산만 생각하나”
MBK파트너스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회생보다 담보권 회수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K는 “홈플러스는 회수해야 할 담보물이 아니라 1만 명 이상의 임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가 생계를 걸고 있는 계속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대한 DIP 금융 지원 요청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DIP(Debtor In Possession) 금융은 법정관리나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운영자금 성격의 대출이다. 기업이 정상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즉 MBK는 홈플러스를 청산하는 것보다 영업을 유지하면서 기업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MBK가 주장한 ‘1조8000억원 회수론’
이번 갈등의 핵심은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파산 시 어느 정도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
MBK에 따르면 메리츠는 홈플러스 부동산에 대한 1순위 신탁담보권자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메리츠가 이미 회수한 원리금 2561억 원 외에도 약 1조5600억 원 규모의 담보가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회수 규모는 약 1조8161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MBK는 특히 회생절차 이후 적용되는 연 20% 수준의 연체이자가 반영되면서 메리츠가 최초 대출원금 1조3000억 원을 모두 회수하는 것은 물론 5000억 원이 넘는 추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채권단이 회생보다 청산을 선택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논리로 해석된다.
홈플러스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금융 분쟁이 아니다.
기업 회생 절차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주주와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대주주는 기업을 살려 사업을 계속 이어가길 원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위험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담보가 충분한 경우에는 회생보다 청산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반대로 회생을 선택하면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고 사업 정상화가 실패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결국 홈플러스 사례 역시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가치와 채권 회수 가능성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로 볼 수 있다.
MBK “이미 수천억원 지원했다”
MBK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미 2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사실상 손실 처리했으며, 추가로 약 4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도 2000억 원 규모의 DIP 대출 실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MBK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대주주 역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회생을 위해 상당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장기간 이어진 사업 구조 변화와 자산 매각 전략 등이 현재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홈플러스 사태가 갖는 의미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만약 기업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수많은 임직원과 협력업체, 납품업체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유통업계가 온라인 전환과 소비 침체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향방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유통산업 구조 변화와도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회생 여부가 향후 사모펀드 투자 모델과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회생 가치’ 입증
결국 향후 논의의 핵심은 홈플러스가 회생을 통해 얼마나 기업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는 회생 시 회수 가능한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반대로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단은 담보권 행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현재 MBK와 메리츠금융 간 공개적인 입장 차이가 드러난 가운데 시장은 향후 DIP 금융 지원 여부와 회생 계획안을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구조조정 국면이 더욱 깊어질지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