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대로면 밤에는 문 닫는다”…최저임금 차등적용 무산에 편의점 점주들 한숨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업종별 차등 적용안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편의점과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인건비 부담으로 점주가 하루 12~14시간 이상 매장을 지키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일부 점포는 심야 영업 축소나 무인 운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올해도 반복되는 모습이다.

또 무산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위원회는 최근 열린 전원회의에서 편의점과 음식점, 택시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사용자 측은 업종별 수익성과 인건비 부담이 크게 다른 만큼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편의점과 음식점 등은 인건비 비중이 높고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노동계는 동일한 노동에 대해 업종별로 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표결 결과 차등 적용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바 대신 내가 일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전기료, 임대료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점주들이 직접 근무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서는 점주가 새벽 시간과 주말 근무를 직접 맡거나 가족 노동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점포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최소 수준으로 줄이고 무인 결제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 수익 구조 차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매출 규모와 수익성이 크게 다른 업종까지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편의점 24시간 영업도 흔들린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편의점 업계가 있다.

과거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상징하는 대표 업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심야 시간대 운영을 포기하거나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심야 시간에는 매출이 많지 않은 반면 인건비 부담은 그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가나 지방 상권의 경우 심야 영업 수익성이 더욱 낮아 야간 운영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점주들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압박이 계속될 경우 무인 편의점 확대와 야간 영업 축소 흐름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 “차등 적용은 차별”

반면 노동계의 입장은 명확하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만큼 업종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업종별 차등 적용이 허용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되고, 결국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또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때문만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와 플랫폼 수수료, 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 논의, 이제는 인상률 싸움으로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면서 논의의 중심은 다시 인상률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상당한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소득과 소비 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영세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매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는 대표 이슈가 되고 있다.

해법은 ‘차등 적용’만이 아닐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최저임금 수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영세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료와 배달앱 수수료, 원재료 가격 상승 등 다른 비용 구조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보다 사회보험 지원 확대나 세제 혜택, 소상공인 인건비 보조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노동자 보호와 자영업 생존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편의점과 음식점 등 골목상권의 경영 환경은 물론 노동시장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