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사람 일자리 대신한다?”…국회서 나온 경고, ‘피지컬 AI 시대’ 국가 전략 필요성 커진 이유
인공지능(AI)이 단순히 글을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 제조 시스템까지 AI가 현실 세계와 직접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산업 구조는 물론 일자리와 국가 안보 체계까지 전면적인 변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일자리와 보안’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실과 한국경영정보학회, 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AI 기술 논의를 넘어, 앞으로 한국 사회가 맞닥뜨릴 현실적인 충격을 구체적으로 짚었다는 점이다. 특히 “AI가 인간 노동을 어디까지 대체할 것인가”, “AI가 현실 공간에서 사고를 일으킬 경우 누가 책임지는가” 같은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생성형 AI 넘어 ‘피지컬 AI’ 시대로…산업 구조 자체가 바뀐다
최근 몇 년 동안 생성형 AI는 사무직 중심의 업무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문서 작성, 번역, 디자인, 코딩, 데이터 분석 같은 지식 노동 상당 부분이 AI 자동화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제 진짜 변화는 ‘피지컬 AI’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화면 안에서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는 자율주행차, 물류 로봇, AI 드론, 스마트 공장 자동화 시스템 등이 있다.
즉, AI가 이제는 인간의 ‘인지 노동’뿐 아니라 ‘물리적 작업 영역’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엔비디아의 로봇 AI 플랫폼, 중국의 스마트 제조 AI 투자 확대 등을 대표 사례로 꼽는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현실 공간형 AI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제조업·물류·국방·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도입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년층 고용 충격 가능성”…화이트칼라 일자리 재편 우려
이날 일자리 분야 발제를 맡은 송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객원교수는 생성형 AI 확산이 기존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자동화가 단순 반복 노동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화이트칼라 직군의 인지 노동까지 AI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청년층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보다 즉시 활용 가능한 경력직 선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고, AI 활용 능력에 따라 개인 간 생산성 격차도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과 국내 대기업들 역시 AI 자동화 확대와 함께 채용 구조를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AI 도입 이후 인턴·주니어급 인력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서는 단순한 기술 개발 지원을 넘어 ‘AI 시대형 노동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강조됐다.
“AI 시대엔 학위보다 실무”…마이크로 디그리 확대 제안
송 교수는 대응 전략으로 인적자본 확충과 고용 안전망 강화, 제도 혁신 등을 제안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제도다. 이는 짧고 실무 중심의 특화 교육 과정을 의미한다.
기존처럼 긴 대학 교육 과정만으로는 급변하는 AI 산업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기술에 집중한 단기 전문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회에서는 이를 채용 가점 제도와 연계해 법제화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또 AI 신기술 실무 인턴십에 대한 조세특례 신설, 미래 AI 인재 대상 고성능 AI 컴퓨팅 바우처 지원 등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도 함께 거론됐다.
이는 최근 산업계가 겪고 있는 ‘AI 인재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학력보다 AI 실무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지방 대학까지 AI 거점화…정부 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재 국내 AI 인재 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 인재 양성·활용 특별법’을 제정해 흩어진 정책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지방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AI 오픈 캠퍼스’를 구축하자는 제안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수도권 중심 AI 산업 구조가 심화될 경우 지역 청년 인재 유출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AI 상생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AI가 산업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시장 충격도 동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사회적 합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AI가 해킹당하면 현실 피해”…새로운 보안 위협 부상
이번 토론회에서 또 다른 핵심 의제로 떠오른 건 ‘피지컬 AI 보안’ 문제였다.
노병규 연세대 바른ICT연구소 교수는 현행 AI 규제가 물리적 위해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AI 관련 법과 제도는 주로 개인정보나 알고리즘 투명성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피지컬 AI는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가 실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해킹되거나 물류 로봇 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단순 데이터 유출이 아니라 현실 공간의 인명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군사용 드론과 산업용 로봇이 확대될 경우 사이버 공격이 곧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보안 업계에서는 AI 기반 로봇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미래 핵심 리스크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피지컬 AI는 국가 안보 문제”…전용 보안 체계 필요
노 교수는 로봇·자율주행·드론 분야에 대한 보안 설계 의무를 담은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또 정부와 민간, 군이 함께 참여하는 ‘피지컬 AI 보안 민관군 상설 협의체’ 구성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는 기존 사이버 보안 개념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보안이 단순 IT 문제가 아니라 교통·국방·산업·재난 대응 체계 전반과 연결된 국가 핵심 인프라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유럽 주요국들도 AI 안전성과 보안 규제를 빠르게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한국 역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교수는 “피지컬 AI 보안은 국민 안전과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 과제”라며 독립적인 사이버-물리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결국 중요한 건 ‘준비 속도’
이번 토론회는 단순히 “AI가 무섭다”는 수준의 논의를 넘어, AI 시대에 국가와 산업, 노동시장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현실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미 글로벌 산업 흐름은 생성형 AI를 넘어 현실 공간형 AI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얼마나 빠르게 제도와 교육, 보안 체계를 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시대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또 다른 직무와 산업도 함께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화 속도가 과거 산업혁명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김장겸 의원이 “피지컬 AI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결국 앞으로의 과제는 AI 기술 경쟁 자체보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과 사회를 어떻게 보호하고 적응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