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함께 죽겠다”…이란서 열린 ‘자기희생 결혼식’, 중동 긴장 다시 커지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전쟁에 목숨을 바치겠다고 서약한 신혼부부 수백 쌍이 대규모 합동결혼식을 치르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단순한 결혼 행사를 넘어, 국가주의와 전시 동원 분위기가 결합된 상징적 이벤트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중동 정세의 불안감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20일 로이터통신과 이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테헤란 이맘 호세인 광장에서 ‘잔파다(Janfada·자기희생)’ 캠페인 등록자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열었다.
현장 분위기는 일반적인 결혼식과는 상당히 달랐다. 기관총을 장착한 군용 지프가 등장했고, 풍선과 꽃으로 장식된 군용 차량 위에 신랑과 신부가 나눠 타고 행진했다. 광장 무대에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대형 초상화와 함께 미사일이 전시되며 강한 군사적 메시지를 드러냈다.
“나라가 없으면 사랑도 없다”…전쟁 서약한 신혼부부들
이날 행사에는 최소 110쌍 이상의 부부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이맘 호세인 광장에서만 110쌍이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고, 타스님통신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주관한 전체 행사 등록 인원이 약 500쌍에 달한다고 전했다. 결혼식은 국영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특히 참가자들의 발언은 강한 충성심과 전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한 신부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있어도 남편과 함께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사하르 테이모리는 “지도자의 뒤에 서서 그를 지지한다”며 거리 행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신랑들의 발언은 더욱 직접적이었다.
모하마드살레 헤시마티는 “전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반드시 참전할 것이고, 미사일 제작에 사람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랑 아미르 테이모리는 “이 나라가 존재해야 사랑도 존재할 수 있다”며 “때가 오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단순 애국심 표현을 넘어, 현재 이란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는 전시 동원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전역 확산된 ‘잔파다’ 캠페인…3100만명 등록
이번 행사의 핵심인 ‘잔파다’ 캠페인은 전쟁 발생 시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서약 운동이다.
이란 당국은 지난 3월 29일부터 해당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3100만명 이상이 등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란 전체 인구 약 9000만명의 30%를 넘는 규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 고위 정치 인사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러한 캠페인이 단순 국민 운동이라기보다는 체제 결속과 내부 통합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최근 경제난과 국제 제재, 전쟁 후유증 등으로 사회적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애국주의와 종교적 상징을 결합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 혁명 이후 이어져 온 ‘순교 문화’와도 연결된다는 해석이 많다. 이란은 오랫동안 국가와 종교를 위해 희생하는 정신을 정치적 정당성의 핵심 요소로 활용해 왔다.
6주 전쟁 이후에도 긴장 지속…“휴전은 생명유지장치 상태”
이번 행사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중동 정세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고, 이후 약 6주 동안 양측 충돌이 이어졌다. 현재는 휴전 상태지만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현재 휴전은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수준”이라며 “살아남을 확률은 1%”라고 언급해 국제사회 긴장을 키웠다.
실제로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휴전이 장기적 평화 체제로 이어지기보다는 ‘일시적 숨 고르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핵 문제와 군사력 확대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고, 이란 역시 보복 능력과 내부 결속을 과시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 교체 이후 첫 대형 정치 이벤트
이번 결혼식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 출범 이후 열린 상징적 정치 행사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전쟁 첫날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제3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다만 그는 취임 이후 아직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장에 대형 초상화가 설치되고 공개 충성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사실상 체제 안정과 권력 승계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동 정치 전문가들은 현재 이란 지도부가 외부 적대 상황을 활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혼과 군사 동원의 결합”…국제사회 우려 커져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이란 내부에서는 애국심과 체제 결속의 상징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서방권에서는 국가주의와 군사 동원이 결합된 정치 행사라는 비판적 해석도 나온다.
특히 결혼이라는 개인적·가정적 행사가 전쟁 서약과 결합된 장면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중동 지역 긴장을 더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전쟁 이후 불안정한 휴전 상황 속에서 국민적 희생과 충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화될 경우, 외교적 긴장 역시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이란 정부가 실제 전면전을 준비한다기보다, 내부 단결과 체제 유지 목적의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잔파다 결혼식’은 단순한 사회 행사가 아니라, 전쟁 이후 중동 정세와 이란 내부 권력 구조 변화, 그리고 국가주의적 동원 분위기가 동시에 드러난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