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소상공인도 GDP 만든다”…정부가 새로 꺼낸 ‘S-GDP’, 골목상권 정책 바뀌는 이유

정부가 소상공인의 경제적 가치를 숫자로 공식 측정하는 새로운 개념인 ‘소상공인 총생산지표(S-GDP)’ 도입에 나선다. 단순히 자영업자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을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 경제 주체로 재정의하겠다는 방향이 담긴 정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상공인 가치동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인태연 소진공 이사장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됐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한 금융 지원이나 폐업 대책 수준을 넘어, 소상공인의 경제·사회적 역할 자체를 국가 차원에서 새롭게 평가하겠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온라인 플랫폼 확산 등으로 골목상권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상공인도 국가 경제 기여 측정”…S-GDP란 무엇인가

이번에 공개된 S-GDP(Small Business Gross Domestic Product)는 말 그대로 소상공인이 일정 기간 동안 창출한 총부가가치를 집계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국내총생산(GDP)이 국가 전체 경제 규모를 보여줬다면, 앞으로는 소상공인들이 실제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별도로 계산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단순 매출이나 사업자 수 중심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지역사회와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소상공인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경제 주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네 식당과 카페, 전통시장, 지역 상점들은 단순 소비 공간을 넘어 지역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 공동체 연결망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지방 소멸 문제와 지역 상권 붕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골목경제의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순 자영업 정책에서 ‘지역 생태계 정책’으로 변화

그동안 소상공인 정책은 주로 대출 지원이나 폐업 보상, 긴급 금융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책 방향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 확대와 플랫폼 경제 성장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자영업 환경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단순 현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커졌다.

이번 S-GDP 구상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소진공은 앞으로 소상공인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문화적·사회적 역할까지 포함해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즉 “골목상권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논리를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향후 지방 예산 배분이나 상권 활성화 정책, 지역 재생 사업 등에서도 S-GDP 지표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광·문화 연계한 ‘글로컬 상권’ 육성 추진

소진공은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지역 특성과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상권 육성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는 글로컬상권, 로컬거점상권, 유망골목상권 육성 사업 등이 포함됐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맛집 거리와 전통시장,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형 상권 개발에 적극 나서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성수동과 전주 한옥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같은 사례는 단순 상업지역을 넘어 지역 브랜드 자체를 형성하며 관광 소비를 끌어들이고 있다.

정부 역시 앞으로는 단순 점포 지원보다 지역 특색을 살린 상권 생태계 구축에 정책 무게를 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확대와 특성화시장 육성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최근 고물가와 소비 위축 속에서 전통시장 이용률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소비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동네 가게도 글로벌 진출”…소상공인 정책 달라진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전략이다.

소진공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와 강한소상공인 육성사업, 글로벌 소상공인 지원사업 등을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생계형 자영업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로컬 브랜드를 적극 키우겠다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식 디저트와 지역 식품 브랜드, K-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등이 해외 소비자 관심을 끌면서 작은 브랜드도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NS와 이커머스 플랫폼 발달로 과거보다 소규모 브랜드의 해외 판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민간 투자 연계와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브랜드화와 사업 확장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 사각지대 해소…“저신용 소상공인 지원 강화”

소진공은 금융 접근성이 낮은 중·저신용 소상공인 지원 확대 방안도 함께 내놨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영향으로 자영업자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 부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금융권 신용평가 체계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소진공은 비금융 대안평가모형 도입과 정책자금 확대, 채무조정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담보나 신용등급이 아니라 실제 사업 운영 데이터와 매출 흐름 등을 활용해 보다 유연하게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기반 상권 분석과 데이터 금융이 결합되면 소상공인 금융 정책 역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디지털 시대…소상공인 생존 전략도 변화

이번 발표에서는 AI와 디지털 기반 경쟁력 강화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최근 배달 플랫폼과 온라인 쇼핑, 무인 시스템 확산으로 오프라인 중심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소비 패턴 자체가 모바일·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대응 여부가 생존을 좌우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디지털 전환 지원 정책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령 자영업자들의 디지털 적응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단순 지원금보다 디지털 활용 역량과 지역 브랜딩 능력이 소상공인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골목경제 살리는 게 민생경제”…정책 실효성은 과제

인태연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은 단순히 가게를 운영하는 경제주체가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지켜내는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경제 침체 국면에서 골목상권 붕괴는 지역 소비 위축과 일자리 감소, 지방 경제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S-GDP 같은 새로운 지표가 실제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숫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지역 공동체 가치와 문화적 역할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과제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단순 보호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이러한 정책 방향이 실제 골목상권 회복과 지역 소비 활성화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