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3% 급락…중동 리스크에 외국인·기관 ‘팔자’, 개인만 저가 매수
국내 증시가 다시 한 번 거센 변동성에 휩싸였다. 전날 급등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며 장중 3% 넘게 밀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10일 오전 장중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 이상 하락하며 7800선까지 밀려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낙폭 확대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며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동 위기 재점화에 글로벌 금융시장 긴장
이번 증시 급락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확대다.
최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단행한 데 이어 이란 역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양국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 4월 체결됐던 휴전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동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지역인 만큼 군사 충돌이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날 폭등 후 차익 실현 매물까지 겹쳐
국내 증시가 더욱 큰 폭으로 흔들리는 배경에는 전날 급등에 따른 부담도 작용했다.
시장은 단기간에 급격한 상승이 나타난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전일 코스피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단기 수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여기에 중동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코스피 8000선을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방향이 향후 증시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외국인·기관 매도 공세…개인은 ‘역발상 투자’
이날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고 기관 역시 매도세에 가세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1조 원 이상 순매수에 나서며 낙폭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급락장이 나타날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향후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량주 중심으로 매집에 나서는 전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구간에서는 무리한 매수보다 분할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삼성생명·삼성물산 급락…시총 상위주 대부분 약세
업종별로는 보험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보험업종이 5% 이상 하락하는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6% 안팎의 낙폭을 기록하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전기전자와 제조업, 유통업 역시 일제히 하락하며 증시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산됐다.
반도체와 IT 대형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가 발생하면 주요 종목들이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반면 일부 개별 종목은 강세를 이어갔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도체 설계 자산(IP) 및 AI 관련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전쟁’보다 ‘확전 여부’
현재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단순한 군사 충돌 자체보다 갈등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에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초기 충격 이후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원유 공급 차질이나 주요 국가들의 추가 군사 개입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 충격은 장기화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동 변수까지 더해질 경우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 유가 움직임과 미국 증시 흐름, 외국인 수급 변화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하루짜리 조정일 수도 있지만, 중동 정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새로운 변동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