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1%대 추락 경고”…정부, 늘어난 재정 여력 미래 투자에 집중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금융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정과 금융 정책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정부는 향후 세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확보되는 재정 여력을 단순한 경기 부양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잠재성장률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성장 둔화 문제와 민생 부담,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최근 국제기구들이 잇따라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운용 방향을 미래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OECD의 경고…한국 잠재성장률 첫 1.5% 붕괴 가능성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전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OECD는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1.5%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국가 경제의 기본 체력에 해당하는 지표다.
실제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 산업 회복과 수출 증가에 힘입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 회복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생산성 둔화, 투자 위축 등 경제 구조 자체가 장기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더라도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결국 국가 경제의 장기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재정 여력, 미래 성장 투자에 활용”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향후 세입 증가로 확보되는 재정 여력을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적극 투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가 언급한 미래 투자는 단순한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를 넘어 첨단 산업 육성,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전환,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최근 세계 각국이 첨단 산업 패권 경쟁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경제계에서도 단기 경기 대응보다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가 더욱 시급한 과제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양극화·고물가 부담 완화에도 재정 역할 강조
정부는 성장 전략뿐 아니라 민생 안정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는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거비와 교육비, 식료품 가격 부담이 지속되면서 서민 가계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 수장들은 양극화 해소와 민생 부담 완화를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분별한 재정 확대보다는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고 기존 사업을 재점검하는 재정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이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의미한다.
금리·환율·증시 불안…취약계층 리스크 관리 강화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계층은 저소득·저신용 차주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 상승 역시 원자재와 상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저신용 차주와 소상공인, 중소 수입업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 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투자와 신용거래를 활용한 투자자들의 위험 관리 필요성도 주요 점검 사항으로 거론됐다.
성장률보다 중요한 ‘경제 체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의 핵심 메시지를 단순한 경기 대응이 아닌 ‘잠재성장률 방어’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반도체와 수출 회복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구 구조 변화와 생산성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향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단기 성장률 수치보다 미래 산업 투자와 생산성 혁신,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체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강조한 미래 투자와 재정 구조 개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재정 건전성과 성장 투자, 민생 지원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만큼 향후 정책 실행력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