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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남아 규제 강화된다”…금감원, 금융사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주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에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과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자금세탁방지(AML)와 IT 보안 관련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융회사 해외 진출 지원 간담회를 열고 해외 사업 환경 변화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환율 급등과 금리 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갈등 심화 등으로 글로벌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해외 영업 전략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불확실성 커지는 글로벌 금융시장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여러 악재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긴장 확대, 주요국 환율 변동성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들은 최근 수년간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법인 설립과 투자 확대를 추진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이 확대될수록 현지 규제 변화와 금융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리스크 관리 강화를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동남아, 자금세탁방지 규제 강화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강화에 대한 경고다.

최근 미국과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는 불법 자금 흐름 차단과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한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다.

자금세탁방지 제도는 범죄 수익이나 불법 자금이 금융 시스템을 통해 세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AML 규정을 위반할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이나 영업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주요 은행들이 AML 규정 위반으로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은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 역시 해외 법인과 지점 운영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할 경우 현지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단순히 현지 법인에 책임을 맡기는 수준을 넘어 본점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보안도 새로운 경영 리스크

최근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IT 보안 역시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모바일 금융과 디지털 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사이버 공격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감독당국 역시 IT 통제 체계와 정보보호 수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전산 문제로 여겨졌던 IT 리스크가 이제는 금융회사의 평판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경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해외 사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IT 보안과 내부 통제 역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진출 확대 속 현장 애로도 전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회사들은 동남아시아 등 주요 진출국에서 겪고 있는 인허가 문제와 영업 과정의 애로사항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각 국가마다 금융 규제 체계가 다르고 정책 변화 속도 역시 빨라 현지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현지 금융시장 동향과 규제 변화, 사업 과정에서 확인되는 주요 이슈를 당국과 신속하게 공유하는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역시 실무협의체를 적극 활용해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급등에 금융시장 점검도 강화

한편 금융당국은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수입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외화 부채를 보유한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주요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릴레이 간담회를 열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기적 거래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해외 성장만큼 중요한 것은 ‘안전한 성장’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시장 성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는 자금세탁방지와 내부통제, IT 보안 체계가 곧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해외 금융사업의 성패가 얼마나 많은 국가에 진출했느냐보다 각국의 규제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공격적인 확장보다 내실 있는 성장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